악녀
The Villainess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017.06.08
장르: 액션
러닝타임: 123분
감독: 정병길
출연배우: 김옥빈, 신하균, 성준, 김서형, 조은지, 정해균, 박철민, 손민지, 김연우, 윤진영 등등
줄거리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길러진 숙희. 그녀는 국가 비밀조직에 스카우트되어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는다. "10년만 일해주면 넌 자유야" 하지만 가짜처럼 보이는 순간, 그땐 우리가 널 제거한다" 살기 위해 죽여야만 하는 킬러 숙희 앞에 진실을 숨긴 의문의 두 남자가 등장하고, 자신을 둘러싼 엄청난 비밀에 마주하게 되면서 운명에 맞서기 시작하는데...
"보여줄게, 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등의 연출과 각본 등을 맡은 액션스쿨 출신의 정병길 감독이 차기작으로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원톱 액션 영화 <악녀>는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린 부문에 공식 초청되기도 한 작품이다.
1인칭 액션,
오프닝부터 시선을 사로잡다.
당시 칸 국제영화제서의 반응은, 초반부터 압도적이란 말이 많았다. 개봉 시기에 맞춰 영화를 시청했던 때가 생각난다. 오랜만에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한번 시청했다. <악녀>는 게임하는듯한 1인칭 시점의 오프닝으로 포문을 연다. 손 만화면에 잡히며, 적들을 향해 난사하던 총알, 마치 게임을 하는듯한 느낌을 주며, 총알을 제때 갈아 끼우며 다 쓴 후에는 칼로 무기를 바꾼다.
그렇게 교체한 무기를 들고 핏빛 액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데, 맨몸 액션은 굉장히 강렬하게 느껴진다. 초반 숙희가 혼자서 처치한 인원은 70명이 넘는 범죄 조직의 조직원들을 몰살시키는 1인칭 스퀀스는 감독의 야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 있는데, 한국 영화로서 신선하고 좋은 시도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중간에 등장하는 오토바이 장검 액션씬과 후반 클라이맥스의 총기 액션, 보닛 위 추격전, 버스 안에서의 칼과 도끼로 펼치는 거친 액션 신등 액션스쿨 출신 감독인 만큼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 흔적을 볼 수 있었고, 그만큼 확실히 압도적인 액션을 선사하는 만큼 평범한 킬러처럼 총을 이용한 액션도 보여주지만, 칼을 이용한 화려한 액션이 주가 되는 만큼 잔인하다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많다.
액션 연출에서는 많은 호평을 받았지만, 반면 부자연스러운 장면도 간혹 있는데, 최후반 총격전 장면에서 드러나는 단점은 숙희와 조직원들이 총을 쏘고 숨고, 쏘고 하는 박자 맞춰 딱딱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숙희가 빈손이 될 것 같으면 어디선가 무기를 갖고 있는 적이 찾아와 무기를 주고, 장점이라 했던 칼 액션 시퀀스도 잘 보면 부분 부분 합을 맞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만큼, 합을 맞춰 움직이는 티가 난다.
그리고 초반 조직 사무소를 습격하는 복도 1인칭 시퀀스에서 1대 다수의 상황임에도 숙희가 앞을 보는 동안 뒤에서 멀쩡하게 움직이고 충원되는 조직원들이 많다. 그렇게 되면서 카메라와 주연배우 모두가 앞뒤 양쪽을 커버하면서 액션에 전체적인 당위성을 부여하는데 시점의 제한, 연출의 한계 탓에 그럴 수가 없다 보니, 결국 한쪽이 몰살당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구경하고 있는 듯한 붕 뜬 느낌이 조성되고 있다.
그리고 스토리 전개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은데, 각본의 미흡함이 제일 아쉽다. 국정원에서 비밀리에 여성 범죄자를 모아 훈련시키는 스토리의 비현실성은 둘째 치더라도 숙희의 아버지를 살해한 자들에 대한 반전 등을 풀어나가는 스토리 연출이 난잡하게 꼬여있으며, 이중상 등의 일부 캐릭터들의 행동에는 그 동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보니 개연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또한 여성 원톱 액션을 표방하면서도 결국 일일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진부한 로맨스 연출을 집어넣어 극의 흐름이 끊기고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다. 김옥빈의 액션을 보기 위해 성준을 견뎌야 하는가 싶었고, 액션으로 승부할 것이라면 액션과 액션 사이 시청자가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할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를 만들어도 괜찮았을 텐데, 감독의 욕심이 많지 않았나 싶다.
영화 <킬빌>처럼 단순하게 선과 악의 대결로 그려냈다면 더 괜찮지 않았을까 싶고, 영화의 제목이 <악녀> 임에도 주인공 숙희가 악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에 정병길 감독도 숙희를 두고 "나쁜 여자는 아니다. 착한 여자의 슬픈 이야기다"라며 반어적인 제목임을 인정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당연히 장점이 있듯, 영화 <악녀>에서 숙희를 연기한 배우 김옥빈에 대한 호평이 많은데, 남성 배우도 소화하기 어려울 것 같은 고난도의 액션씬의 90% 이상을 대역 없이 본인이 직접 촬영했다. 인터뷰에서 카메라가 달린 특수제작 헬멧을 착용하고 촬영한 오프닝의 1인칭 장면을 제외하고는 정말 위험한 장면만 전문 스턴트가 대신했다고 밝혔다.
화제가 된 오토바이 장검 액션 장면은 위험한 장면들이 있다 보니, 본인과 대역이 섞여있고 달리는 버스 창문을 발로 뚫고 들어가는 장면과 차가 뒤집히는 장면 정도가 대역이라 했다. 오토바이 액션씬에서는 실제로 촬영 중 사고가 발생했는데,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전문 스턴트와 액션스쿨 출신 감독의 지도 아래서도 사고가 날 정도이니 아주 위험한 장면에서만 대역을 쓴 것 같다.
그리고 복면을 쓰고 하는 액션씬까지 대역 없이 임하였다고 하니, 혹여나 대역이 출연하는 거 아닐까 하는 여성 액션의 품질을 염려하는 사람이 있다 해도 안심해도 좋다. 그리고 액션 연기뿐만 아니라 모성애 연기, 멜로 연기, 감정에 흔들리는 연기나 복잡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숙희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김옥빈의 또 다른 인생작이 아닐까 싶다.
일단 영화 <악녀>는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은 만큼 영화 속에 피가 난무한다. 고어물 수준은 아니지만 잔인한 것에 약하다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성적인 표현은 미미하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았다고 했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인 김옥빈은 2009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로 칸 영화제에 갔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두 번째 칸 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밞았다.
개인적으로 액션 장면들이 좋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청했다. 시원한 액션 영화를 찾는다면 영화 <악녀>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되어줄 것이다.
영화 <악녀>는 "왓챠" 및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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