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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

드라마 라이브 후기 이광수 정유미

by MC_W 2020.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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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Live

방송 기간: 2018.03.10 - 2018.05.06

장르: 드라마

에피소드: 18회

연출: 김규태

극본: 노희경

출연배우: 정유미, 이광수, 배성우, 배종옥, 성동일, 장현성, 이얼, 이주영, 이시언, 신동욱, 김건우 등등


출처: tvn 드라마 라이브

기획 의도


지금까지 나온 경찰 드라마는 사건 위주의 드라마 일색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찰이 독립적 수사권을 갖지 못한 것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들이 수사를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해결하는 대단한 공권력인 것처럼 보여왔다. 경찰의 위대함을 강조한 대가로 국민에게 경찰에 대한 거리감과 위화감을 준 것이다. 

 

저렇게 대단한데 왜 아직도 세상은 이 모양인가? 강한 권력엔 눈감고, 약자에겐 무자비한 결과 아닌가? 국민, 시민과 대립각 속에서 그들, 경찰을 보게 한 것이다. Live는 생생한 취재를 통해, 경찰이 시민들에게 공권력으로 각인되기보단 대다수의 경찰이 이야기하는, 제복 입은 성실한 국민과 시민, 민원과 치안을 해결하는 감정 노동자로 기억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으려 한다. 내 아버지, 내 형제, 내 아들이 사선에서 서서, 과도한 직무를 수행하고, 소소한 정의를 지켜내는 모습은 장르 물적 재미와 뜨거운 감성을 선사하는, 신선하고도 진한 감동의 드라마가 될 것이다. 주변에서 툭 튀어나온 듯 생생한 주면 인물 같은, 판타지가 사라진 주인공을 통해 평범의 가치를 말하는 드라마. 

 

드라마의 최우선 가치는 공감이다. Live 속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일상의 희로애락 속에 사는 나와 다르지 않은 인물들이다. 허세 있고 쪼잔하고 생계를 위해 비굴해지다가도, 가족이나 시민, 동료를 위해 자신의 안위를 버리고 다시 사선에 서는 사람들이다. 정의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상식의 선에서 지켜낼 수 있는, 막연한 이상이 아니라 단체는 물론 개인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일상의 소중한 가치라는 담론이 가능한 드라마를 만들어, 지금과 미래의 사회에 대한 희망을 말하고 싶다. 대단한 지도자, 권력자 한두 사람이 이 나라를 만들어 온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로 뛰는 대다수 국민이 이 나라를 지키고 만들어 왔다는 뜨거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다. 


홍일 지구대 조직도


출처: tvn 드라마 라이브


출처: tvn 드라마 라이브


한정오 (정유미) 29세, 홍일 지구대 시보 순경

그녀는 아버지 뒷모습을 보며 작심했다. 오늘의 수모를 결코 잊지 않겠다. 당신이, 남자들이, 세상 사람들이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자리까지 가겠다. 매사에 열심이고, 제 의견이 분명하며, 살아온 배경에 비해 너무도 긍정적이라 여기지만, 남들은 그녀를 성과주의, 차갑고 이기적이고, 결국엔 제 주장을 펴고 마는 싸가지 없고 당돌한 요즘 기집애라고 일갈한다. 그러든지 말든지. 남의 평가에 좌지우지되는 인물이 아니다. 

 

정오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 당당하게 취업해서 능력 있는 멋진 여자로 살고 싶다. 그런데, 요즘처럼 취업난이 전쟁처럼 치열한 때 지방 국립대 화학과를 나온 그녀가 직장을 얻기란 쉽지 않다. 이력서를 지금껏 250여 통, 면접을 70여 번 봤지만 괜찮은 직장을 얻을 수 없었다. 첨엔 스펙 때문인 줄 알았는데, "여자라서"가 가장 컸다. 그녀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출처: tvn 드라마 라이브


염상수 (이광수) 29세, 홍일 지구대 시보 순경

그래, 까짓 경찰이 돼보자! 근데, 경찰은 사명감 같은 게 있어야 되지 않나? 사명감은 어떻게 만들지? 난 사명감보다 밥 먹고 사는 게 더 급한데... 학창 시절, 공부는 그만그만한 수준, 남다르게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다. 대학도 남들은 알지도 못하는 지방대 컴퓨터 학과를 들어갔지만, 당최 뭔 소릴 하는 건지 몰랐다. 적응하지 못해 군대를 갔는데, 제대 후 가보니 폐교가 되어있었다. 젠장할! 이후, 그는 제 딴엔 살아보려고 안 해 본 일 없지만, 번번이 좌절이었다.

 

두어 달 전 시작한 일이 바로 만성피로를 없애는 물을 파는 일이다. 영업직 인턴 6개월만 하면 사무직 정직원의 혜택과 우리 사주도 나눠주는 회사, 중소기업이긴 해도 비전 있는 회사,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간 쓸개를 다 빼고서라도 성공해 보리라, 호기가 났다. 그런데 청소부 일하는 엄마는 동료 아들이 9급 공무원인 게 부럽단다. 

 

그런데 이번엔 성공의 꿈을 안겨준 회사가 불법 다단계로 문을 닫고, 사기죄로 몰려 경찰서로 끌려갔다. 그는 제 앞의 뽀대 나는 경찰을 봤다. 엄마가 원하는 부럽고, 잘릴 일 없는 9급 공무원. 그래, 경찰이 되자. 


출처: tvn 드라마 라이브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춘들에서 지구대 시보가 된 주인공 정오와 상수의 이야기다. 이 둘은 각자의 인생에서 고난과 역경을 죄다 두드려 맞고, 어찌하다 보니 경찰이 되려고 공시 준비를 한다. 경찰학교를 지나 시보까지 왔다. 하지만 현장일은 너무나 힘들고, 사명감도 없이 그저 먹고살기 위해 경찰이 되었는데 세상은 너무나 험난하고, 더러운 일은 왜 이렇지 많은지 모르겠다. 

 

드라마 <라이브>의 스토리는 처음부터 경찰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정오와 상수가 어떤 과정일 지나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지부터 시작하며 그 이야기를 아주 흥미롭고 공감되게 그려나갔다. 노희경 작가의 무심하면서도 직설적인 표현력과 절제된 감정들을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아주 좋았던 드라마다. 평소 <런닝맨> 같은 예능에서의 코믹스럽고, 장난기 많고, 배신이 아이콘으로 보이던 이광수가 아니다. 이광수의 진중한 연기는 <타짜: 원 아이드 잭>보다는, 드라마 <라이브>에서 더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배우 정유미와 이광수, 이 둘의 모습이 생각보다 잘 어울리기도 했고, 이 둘이 러브라인을 기대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지만 없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배우라 생각한다. 상대가 누구든 항상 그에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라 생각하는 배우다. 


출처: tvn 드라마 라이브


드라마 <라이브>를 재밌게 시청한 이유 중, 청춘들의 이야기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경찰이란 직업에 몸담고 있는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보여주고, 잘 표현했다 생각하는 드라마다. 많은 것을 겪은 베테랑 경찰과 의욕만 앞서는 새내기 시보들의 간극이나 갈등이 답답할 수도 있을 텐데 상당히 재밌게 풀어나갔다.

 

그저 이건 나쁜 경찰이야? 착한 경찰이야?라고 생각 들게 했던 오양촌(배성우)과 정년을 앞두고 있는 2조 사수 이삼보 경위의 이야기는 재밌고, 감동스러웠던 두 캐릭터의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그저 청춘들, 풋내기 시보의 이야기만 보여주는 게 아닌, 소소한 디테일한 설정들이 와 닿았고, 지구대의 삶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군복부 하고 있을 당시의 사제품에 대한 생각이 들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드라마 <라이브>의 또 다른 주인공 오양촌(배성우) 안장미(배종옥) 이 둘의 모습이 아주 멋스러웠던 조합이 아닌가 한다. 중년 로맨스에 성공했고, 드라마를 보는 동안 응원하고 있던 커플이었다. 레전드라 불리며 카리스마 넘치는 오양촌은 극 중 가족에게 무시당하고, 이혼 통보까지 받는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이다. 라떼는 말이야를 보여주고 있는? 그를 직장에서 만난다면 상당히...  모르겠다. 


출처: tvn 드라마 라이브


안장미를 연기한 배종옥의 연기는 드라마에서 쿨하고, 여자가 보아도 멋진 여경찰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상사들 앞에서 소리 지르던 장면이 제일 멋있었다. 나이가 들었지만 본인의 관리에 얼마나 철저한지 느낄 수도 있었다. 


오양촌 명대사.

저는 오늘 경찰로서 목숨처럼 여겼던 사명감을 잃었습니다. 저는 지금껏 후배들에게 어떤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라. 경찰의 사명감을 가져라. 어떤 순간도 경찰 본인의 안위보다 시민을, 국민을 보호해라.

 

그게 경찰의 본분이고 사명감이다. 수없이 강조하고 말해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 그 말을 했던 모든 순간들을 후회합니다. 피해자건 동료건 살리지 말고 도망가라. 네 가족 생각해서 결코 나대지 마라. 네 인생은 국가, 조직, 동료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우리는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현장의 욕받이다. 현장은 사선이니 모두 편한 일자리로 도망가라. 그렇게 가르치지 못한 걸 후회하고 후회합니다.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누가 감히 현장에서 25년 넘게 사명감 하나로, 악착같이 버텨온 나를 이렇게 하찮고, 비겁하고, 비참하게 만들었습니까? 누나, 누가 감히 내 사명감을 가져갔습니까? 누가 대체 누가 가져갔습니까, 내 사명감.


출처: tvn 드라마 라이브


이렇게 재밌게 본 드라마지만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그중 1화에서 남녀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남성이라면 무조건 취직에 유리"하다는 말도 안 되는 전개가 나온다. 군대를 나왔냐 물어보고 마치 군대를 다녀온 남자가 취직에 아주 유리하단 듯이 보여주고 있다. 군 가산점 폐지 후 딱히 이득도 없지만, 아직 공무원 호봉이 있을지도? 난 군 가산제가 있는지도 몰랐고, 제대 후 알고 있기만 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여성 고용률이 OECD 기준 뒤에서 7위인 것과 남성 월급이 여성 월급의 1.7배라는 주장을 한다. 사실이긴 하지만, 성별 이외의 임금격차 요인이 미치는 영향은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다. 

 

드라마 <라이브>에서 홍일 지구대의 모티브가 된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서교동을 관할하는 홍익지구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단일 지구대에 사건 사고가 많고 경력도 소도시 경찰서와 동급 일정도로 규모 있는 지구대중 하나다. 이렇다 보니 극한직업 중 하나로 언제나 경찰 내부 지구대 평가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심사승진이나, 특진도 압도적으로 많은 지구대라 한다. 

 

포스터를 촬영한 실제 지구대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이고 드라마에 나오는 홍일 지구대 촬영 장소는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1동 행정복지센터 건물이다. 그리고 1회에서 등장하는 경찰학교는 실제로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에 위치한 중앙경찰학교에서 촬영했다. 


출처: tvn 드라마 라이브


시보 순경은 정식 순경이 아니다. 시보기간은 1년으로 이 기간 동안 사건사고 없이 임용일로부터 1년이 지나야 정식 순경으로 임용된다. 권한 등에 있어서 정식 경찰과 다름없지만, 시보기간 동안 신분 보장이 확실하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 이렇다 보니 드라마에서 선배들이 이러자 잘린다고 놀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같이 휴먼 드라마가 아주 좋다. <라이브> 도 휴먼 드라마로서 따듯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드라마라 생각한다. 지구대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찰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드라마 <라이브>는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 <라이브>는 티빙 및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이상으로 드라마 <라이브>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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