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방송 기간: 2018.03.21 - 2018.05.17
에피소드: 16부작
연출: 김원석
극본: 박해영
출연배우: 이선균, 이지은, 고두심, 송새벽, 박호산, 장기용, 이지아, 박해준, 김영민, 채동현, 권나라 등등
드라마 속 주인공 남자들은 전부 능력자다. 의사 변호사 사업가와 같은 선망의 직업을 갖고 있던가, 기억력 추리력 같은 탁월한 지적 능력을 갖고 있던가, 아예 현실세계의 어떤 구애도 받지 않는 외계에서 온 사람이던가, 어떤 식으로든 능력자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실제 그런 능력자들이 있었던가. 있었다고 한들, 그런 능력자들 덕분에 감동했던 적이 있었던가. 사람에게 감동하고 싶다.
요란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근원에 깊게 뿌리 닿아 있는 사람들. 여기 아저씨가 있다. 우러러 볼만한 경력도, 부러워할 만한 능력도 없다. 그저 순리대로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그 속엔 아홉 살 소년의 순수성이 있고, 타성에 물들지 않은 날카로움도 있다. 인간에 대한 본능적인 따뜻함과 우직함도 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의 매력"을 보여주는 아저씨. 그를 보면, 맑은 물에 눈과 귀를 씻은 느낌이 든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흔하디 흔한 아저씨들. 허름하고 한심하게 보이던 그들이, 사랑스러워 죽을 것이다. 눈물 나게 낄낄대며 보다가, 끝내 펑펑 울 것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제목에서부터 나이 어린 여자가 나이 많은 중년의 남성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로맨스물을 떠올릴 수도 있다.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어떤 드라마인지 찾아보던가 할 것이다. 일단 제목만으로 여성 커뮤니티와 페미니스트에서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왓챠 - 영화, 도서, TV 추천 앱>에서 비하 발언, 악플이 많고, 아이유(이지은)는 드라마에 나왔단 이유만으로 여초 사이트에서 악플을 받아야 했다.
<나의 아저씨> 방송 후 제목과 전혀 다른 내용을 보여주었지만, 악평은 지속되었다. 3회 차에서 이지안은 박동훈에게 강제로 키스하는 장면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원래대로라면 이 둘이 연인같이 사랑을 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고 했었다. 이에 제작진은 협박하기 위해 감정 없이 한 것이기 때문에 사랑 이야기처럼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지안은 처음 돈을 벌기 위해 박동훈을 도청하기 시작하지만, 도청을 하면 할수록 박동훈의 인간성에 매료된다. 여섯 살에 병든 할머니와 단둘이 남겨졌고, 꿈, 계획, 희망 같은 단어는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 버는 족족 사채 빚 갚는다. 그래서 하루하루 닥치는 대로 일하고, 닥치는 대로 먹고, 닥치는 대로 살아가던 그녀였다.
이렇듯 이지안을 처음으로 이해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그녀를 지켜주는 박동훈에게 애정을 갖는 것은 당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엔딩에서 박동훈의 목소리에 반응하거나, 그를 보면 긴장하며 호흡하는 등 이지안은 박동훈을 보는 눈빛에서 그의 대한 마음을 볼 수 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또 하나의 웰메이드라는 타이틀을 받을 만큼 호평받은 드라마다. 결국 드라마의 작품성에 대한 호평으로 2018년 백상 예술대상 작품상 및 백상 예술대상 극본상을 받은 작품이 되었다.
아이유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 돋보였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방영전, 그리고 방영후 작품 초반 이선균과 이이유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호평받은 요인이 이지은의 연기 커리어 중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고, 이선균 및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깔끔하면서 울림을 주던 스토리라인 등 웰메이드 드라마들이 가진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었고, 어른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 따듯한 시선에서 울림을 주었다는 점이 호평받았다.
배경으로 사람 파악하고 별 볼 일 없다 싶으면 빠르게 왕따 시키는 직장문화에서 스스로 알아서 투명인간으로 살아왔습니다. 회식자리에 같이 가자는 그 단순한 호의의 말을 박동훈 부장님에게 처음 들었습니다. 박동훈 부장님은 파견직이라고 부하직원이라고 저한테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좋아했나?
네. 좋아합니다. 존경하고요.
무시 천대에 익숙해져서 사람들한테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고 인정받으려고 좋은 소리 들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습니다. 근데 이젠, 잘하고 싶어 졌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어쩌면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오늘 잘린다고 해도 처음으로 사람대접받아봤고,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 이 회사에 박동훈 부장님께 감사할 겁니다. 여기서 일했던 삼 개월이 21년 제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습니다. 지나가다 이 회사 건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고 평생 삼한 E&C가 잘 되길 바랄 겁니다.
사람만 죽인 줄 알았지? 별 짓 다 했지? 더 할 수 있었는데 그러게 누가 네 번 이상 잘해 주래? 바보같이 아무한테나 잘해주고, 그러니까 당하고 살지.
고맙다 고마워 거지 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 들어줘서 고마워. 고마워. 나 이제 죽었다 깨나도 행복해야겠다. 너 나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는 꼴 못 보겠고, 난 그런 너 불쌍해서 못 살겠다. 너처럼 어린애가 어떻게 어떻게 나 같은 어른이 불쌍해서 나 그거 마음 아파서 못 살겠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 거 보여주지 못하면 넌 계속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 거고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너 생각하면 나도 마음 아파 못 살 거고.
그러니까 봐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꼭 봐.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 수군거리는 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행복하게.
아저씨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했어요.
어 행복할게.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많은 명대사가 많은데 그중 딱 마음에 닿았던 대사다. 자신의 불행을 모두 밟고 박동훈이 행복하길 바라던 이지안의 마음을 조금 엿본 게 아닌가 싶다. 드라마가 주던 파급력은 상당했고, 씁쓸한 면도 있었지만, 따뜻한 내용이기도 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6월 10일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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