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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58. 핸드드립 물온도 도대체 몇 도가 정답일까? 실험편

by MC_W 202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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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 물온도 도대체 몇 도가 정답일까? 실험편

 

에티오피아 라이트 vs 브라질 다크, 온도별 맛 비교 실험기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봤을 겁니다.
"핸드드립할 때 물 온도는 몇 도가 제일 맛있을까?"
커피 추출에는 많은 변수들이 있지만, 물 온도는 그 중에서도 맛의 방향성과 인상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레시피가 "93도 전후"라고만 설명할 뿐, 왜 그런지, 그리고 온도에 따라 어떤 차이가 나는지는 설명하지 않아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에티오피아 라이트 로스팅 원두브라질 다크 로스팅 원두를 각각 80도부터 100도까지 다양한 온도로 핸드드립해서, 직접 마셔보고 비교해봤습니다.

이제부터 그 결과를 낱낱이 공개합니다. 어떤 온도에서 어떤 향과 맛이 터지는지, 어떤 조합이 나에게 맞을지 궁금한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거예요.


에티오피아 라이트 로스팅 원두: 향미에 민감한 온도 실험

이 원두는 라이트 로스팅으로 볶아진 상태라 섬세한 향, 높은 산미, 복합적인 과일 노트가 특징이에요. 잘못 추출하면 금방 밋밋하거나 너무 시게 느껴질 수 있죠. 그래서 더욱 정확한 물 온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컵노트 특징

  • 플로럴: 자스민, 라벤더
  • 과일: 복숭아, 살구, 레드베리, 시트러스
  • 기타: 밝은 산미, 깨끗한 뒷맛

추출 온도별 맛의 변화

  • 80°C – 너무 얌전한 커피
    첫 모금부터 미지근한 차 같은 느낌. 향은 거의 없고 산미도 미약. 깨끗하지만 재미없다는 인상이 강해요.
  • 83°C – 향이 살짝 열리기 시작
    자스민 같은 꽃향기가 약간 느껴지고, 청사과 같은 가벼운 산미가 슬며시 입을 스칩니다. 여전히 얇지만, 뭔가 가능성이 보이는 단계.
  • 85°C – 섬세한 맛의 시작점
    복숭아, 라벤더가 확실히 드러나요. 산미는 생기 있고 부드럽게, 바디는 여전히 가볍지만 입안에서 향이 맴도는 시간이 길어져요. 라이트 로스팅 커피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할 수 있는 구간입니다.
  • 88°C – 향과 산미, 밸런스 최고
    과일과 플로럴 노트가 입체적으로 표현됩니다. 복숭아의 달콤함, 자몽의 상큼함이 동시에 존재하고, 끝에는 자스민 향이 부드럽게 남아요. 바디도 살짝 올라와서 만족도가 높아져요.
  • 90°C – 화려하고 복합적인 풍미
    레드베리, 시트러스, 허브가 복합적으로 터지면서 산미는 강하지만 정교하게 조율된 느낌이에요. 이 온도부터는 스페셜티의 영역. 향미가 진하고 클린컵도 우수합니다.
  • 93°C – 스파클링한 산미, 명확한 캐릭터
    자몽 같은 산미가 명확히 느껴지고, 그 옆에서 라벤더와 복숭아가 또렷하게 입안에 남아요. 개인적으로 이 온도에서 에티오피아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났어요.
  • 96°C – 강한 산미와 뚜렷한 향미
    향이 전체적으로 폭발하지만, 산미가 조금 과도하게 표현될 수 있어요. 신맛에 민감한 분들에겐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하지만 향을 극대화하고 싶은 분이라면 추천할 만한 온도입니다.
  • 100°C – 날카로운 산미와 거친 질감
    향은 분명하지만, 전체적으로 신맛이 입안을 압도합니다. 바디도 무거워지며 라이트한 느낌은 사라져요. 스페셜티 느낌보다는 실험적인 추출.

정리

  • 깔끔하고 은은한 커피를 원하면 85~88도
  • 복합적인 향미와 진한 인상을 원한다면 90~96도
  • 개성 강한 실험적 커피라면 100도도 도전해볼 만

브라질 다크 로스팅 원두: 쓴맛과 고소함의 온도 밸런스 찾기

브라질 원두는 깊고 묵직한 맛이 특징이에요. 초콜릿, 너티, 토스트, 스모키한 뉘앙스까지. 다크 로스팅된 원두는 낮은 온도에서도 충분한 추출이 가능하고, 너무 높은 온도에서는 쓴맛이 과하게 튈 수 있어요.

컵노트 특징

  • 너티: 구운 아몬드, 땅콩
  • 스위트: 밀크초콜릿, 캐러멜
  • 스모키: 그을린 나무, 로스팅 향

추출 온도별 맛의 변화

  • 80°C – 아주 부드러운 고소함
    견과류 느낌이 고소하게 퍼지고, 쓴맛은 거의 없음. 물처럼 술술 넘어가는 커피. 묵직함은 없지만, 마시기 부담 없음.
  • 83°C – 초콜릿과 너티한 조화
    바디가 약간 생기고, 밀크초콜릿처럼 부드러운 단맛이 살아나요. 고소하면서도 쓴맛은 적절히 억제됨.
  • 85°C – 가장 균형잡힌 맛
    견과류, 카카오, 스모키함이 조화롭게 섞이고, 마우스필도 풍성해짐. 다크 로스팅 원두의 본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온도.
  • 88°C – 더 강한 로스팅 향, 진한 뒷맛
    에스프레소 같은 쌉쌀함이 살짝 느껴지고, 끝맛이 오래 남아요. 아침에 한 잔 딱 어울리는 진한 스타일.
  • 90~93°C – 스모키함이 강해짐
    약간 떫은맛과 그을린 향이 등장해요. 우유와 함께 라떼로 마시면 좋을 스타일.
  • 96~100°C – 탄맛과 쓴맛이 도드라짐
    단독으로 마시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강한 커피를 좋아하거나, 진하게 내려 라떼 베이스로 활용하긴 좋음.

정리

  • 부드럽고 고소한 맛은 83~85도
  • 진하고 묵직한 맛은 88~93도
  • 라떼용 진한 베이스는 93도 이상

결론: 정답은 없지만, 기준은 있다

핸드드립 물온도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원두의 특성과 추출 목적에 맞는 최적의 범위는 분명 존재합니다.

  • 라이트 로스팅, 에티오피아 계열이라면 88~96도 사이가 가장 추천됩니다.
  • 다크 로스팅, 브라질 원두라면 83~88도 사이가 안정적인 맛을 주며, 강한 추출은 90도 이상으로.

결국 커피는 취향입니다. 여러분의 미각이 말해주는 대로, 다양한 온도로 시도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이게 내 커피다!" 하는 순간을 만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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