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림
개봉일: 2013.07.11
장르: SF, 액션, 어드벤처
러닝타임: 131분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배우: 찰리 허냄, 이드리스 엘바, 키쿠치 린코, 찰리 데이, 로버트 카진스키 등등
줄거리
태평양 한가운데 놈들이 나타났다! 괴물과 싸우기 위해 더 거대한 괴물을 만들었다! 2025년, 일본 태평양 연안의 심해에 커다란 균열이 일어난다.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이 곳은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포탈이었고 여기서 엄청난 크기의 외계 괴물 "카이주"가 나타난다. 일본 전역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호주 등 지구 곳곳을 파괴하며 초토화시키는 카이주의 공격에 전 세계가 혼돈에 빠진다.
전 지구적인 비상사태 돌입에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인류 최대의 위기에 맞서기 위한 지구연합군인"범태평양 연합 방어군"을 결성, 각국을 대표하는 메가톤급 초대형 로봇 "예거"를 창조한다. 상상을 추월하는 슈퍼 파워, 뇌파를 통해 파일럿의 동작을 인식하는 신개념 조종 시스템을 장착한 예거 로봇과 이를 조종하는 최정예 파일럿들이 괴물들에게 반격을 시작하면서 사상 초유의 대결이 펼쳐진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SF 블록버스터이자 본격 서양판 거대 로봇물+괴수물이다. 제작비 1억 9천만 달러, 이전까지 다소 적은 제작비로 수작 판타지 영화를 만들어오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가장 거대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다. 감독은 영화 <헬보이>, <헬보이 2: 골드 아미>, <블레이드 2> 등등 작품이 있다.
외계 괴물과 싸우는 초대형 로봇의 이야기다. 남자라면 로봇!이라고 외치며 개봉 당시 극장을 찾았다. 로봇과 괴물의 소재는 남자라면 피가 끓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공상과학만화 속에서 놀라운 위용을 뽐내던 로봇을 보며 좋아했던 추억들이 떠올랐었다. <퍼시픽 림>은 영화 <트랜스포머>와 비슷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느낌의 영화였다.
태평양 심해에서 예고 없이 등장한 다른 세계와 연결된 통로, 브리치가 열리고 , 그 안에서 최초의 카이주 트레스패서가 나타난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나타난다. 탱크와 전투기로 해치웠지만, 6일 동안 반경 35마일 내 도시 3개가 쑥대밭이 됐고, 희생된 사람만 수만 명이다. 그리고 6개월 후 도시를 오염시킨 카이주의 배설물, 카이주의 피는 강한 산성으로 카이주 블루라는 현상을 낳았다. 3차 피해 , 4차 피해, 카이주들의 공격은 시작되었고, 새로운 무기가 필요했던 세계는 "뭉치면 이긴다" 괴물과 싸우기 위해 인간들만의 괴물을 만들어낸다.
바로 예거다. 신경을 연결해 조종하기에 파일럿 1명으로는 벅찼고, 2인 파일럿 시스템이 구축됐다. 각각 좌반구와 우반구를 담당한다. 승승장구하던 인류는 승리에 도취돼 있었다. 3급의 거대한 괴물, 코드명 나이프 헤드가 나타나고 플라스마 캐논을 이용해 나이프 헤드를 처치하는 데 성공한 듯했지만, 플라스마 캐논에 복부가 뚫려 죽은 줄 알았던 나이프 헤드의 제반 격으로 집시 데인저는 격파되고, 왼팔이 떨어지고 조종석인 머리가 반파되며 주인공 롤리 버켓의 형 옌시 버켓(디에코 클라텐호프)이 전사한다.
거대한 로봇을 혼자 조종한다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위험이 수반되었고, 드리프트를 이용해 두 명이서 조종해야 했던 예거를 홀로 조종한 롤리 버켓(찰리 허냄)은 두 번째 플라스마 캐논 발사로 나이프 헤드를 격퇴하고 집시 데인저를 해안가까지 이동시키는, 지금까지 한 명밖에 하지 못했던 기적을 보여줬지만, 드리프트로 정신이 연결된 상태에서 형이 죽는 상태를 경험하는 정신적 충격에 결국 은퇴한다.
여긴 방호벽이 아니야 저 괴물의 뷔페식당이야!
<퍼시픽 림>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상당히 육중하고 묵직한 느낌이면서 만화에서 봤던 파일럿이 탑승해야 기동 할 수 있는 탑승체에 불과하다. 만약 미래에 로봇이 등장한다면 이런 모습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로봇의 느낌은 밝은 느낌이 들었던 <트랜스 포머>와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퍼시픽 림>은 어두운 느낌이 많이 들었던 영화다. "생명의 벽"이라는 바리케이드 건설을 추진하지만 그 벽은 카이주에게 너무 쉽게 뚫려 버리고 지구는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이런 상황에서 단 4대 남은 예거만으로 세상을 구해야 했던 상황. 영화는 비장함이 감돌고 있었다.
트레일러를 본 해외 반응은 에반게리온과 고질라가 생각나는 듯, 유튜브 동영상 리플에서도 관련 드립이 흥했다. 실제 감독도 오타쿠로 에반게리온과 고질라를 대놓고 오마쥬 한 것이라 했다. 전체적인 플롯이 에반게리온과 유사할 뿐만 아니라 최종전 연출은 에반게리온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톱을 노려라!>와 상당히 유사하다. 거의 오마쥬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플롯상 싱크로율을 보인다.
그리고 헬멧의 릴레이 젤을 주입하고 드리프트 하는 장면은 에반게리온 LCL과 싱크로율 조정을 연상시킬 정도로 연출이 비슷했다. 예거 파일럿들이 입는 드라이브 슈트도 에반게리온의 플러그 슈츠와 생김새도 역할도 비슷하고, 에반게리온 초반부 사용 에너지가 전기인 것과 에반게리온에서 등장한 무기 기체인 제트 얼론은 원자로를 이용해 기동 하지만 파일럿 없이 무선조종 방식으로 조종되기 때문에 드리프트 장면과 시크로 장면의 개연성을 따져본다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전 더 이상 예거 조종하지 않겠습니다
제 형까지 죽어버렸습니다.
다시는 안 하겠습니다.
롤리는 형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은퇴 후 생명의 벽 공사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스탁 커 팬 테 코스트(이드리스 엘바)에게 기용되어 홍콩에 도착한다. 버켓은 파트로 파일럿으로 스웨터 돔에서 만난 일본인 여성 마코(키쿠치 린코)를 기용하나, 펜테코스트 장군은 마코의 기용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데다 첫 시험 때 마코가 카이주에 대한 트라우마가 드리프트 과정에 악영향을 미쳐 섀터 돔 안에서 대 괴수용 플라스마 캐논을 발사하려 드는 사고까지 일어나면서 결국 출격 계획은 중단된다.
카이주를 요격하기 위해, 집시 데인저를 제외한 3기의 예거(체르노 알파, 크림슨 타이푼, 스트라이커 유레카)가 모두 출격한다. 하지만 펜테코스트는 4기의 예거 중 가장 최신예기에다 브리치 파괴작전에서 핵탄두 운반이라는 중책을 맡을 예정인 스트라이커 유레카를 혹여나 모를 불상사로 잃을 사태를 예방할 겸 최후까지 아껴두기 위해 전투에 끼어들지 말라는 명령과 함께 후방에서 대기한다. 남은 예거 2기는 카이주와 전투를 시작하고, 감지된 신호대로라면 2체가 있어야 하는데 1체의 카이주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2:1이라 처음에는 크림슨 타이푼의 오타치를 던지면 기다리고 있던 체르노 알파가 테슬라 피스트 3 연타를 먹여 오타치를 제압하는 등 호각지세였으나, 전투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오타치가 꼬리로 크림슨 타이푼의 조종석이 있는 머리를 뽑아내 짓이겨서 크림슨 타이푼은 파일럿과 조종석을 통째로 잃고 쓰러진다. 남은 체르노 알파가 오타치에게 복수하려 하지만, 오타치가 발사한 산성액에 콕핏이 노출되어 밸런스를 잃는 위기를 겪는 도중 감 되지 않던 나머지 카이주 레더벡이 나타나 공격이 시작되고 카이주 2, 남은 1기의 예거는 파괴된다.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 전형적이다. 세세한 부분이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틀은 실망스러운 스토리를 써냈던 트래비스 베컴의 각본은 이번에도 좀 실망스럽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전작 같은 독특함은 느껴질 수 없었고, 외계 생명체가 어디서 나타나든 그 마무리에 있어서는 비슷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다른 영화가 떠오를 만큼의 스토리 흐름은 아쉬움이 남는다. 각 국가별 예거 소개에서는 5개의 예거가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처럼 보여줬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집시 데인저 주연이고, 스트라이커 유레카가 조연이다. 크림슨 타이푼과 체르노 알파는 카메오였고, 코요테 탱고는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간다.
그래도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다. 오프닝에서 보여줬던 집시 데인저와 카이주 대결과, 영화 중후반에 다시 몰아치는 액션은 상당히 볼만했고, 도시들이 파괴되면서 그려지는 액션은 흥미롭게 그려나간다. 이런 도시 파괴 액션의 단골 뉴욕은 다행히 이번에는 화를 면했지만 홍콩을 무대로 했던 도시 파괴, 깊은 바닷속으로 옮겨서 그려진 수중 액션신 등은 살짝 감탄했던 부분이다. <퍼시픽 림>은 유명한 배우가 없는 영화다. 그렇다 보니 여주인공의 어색한 모습은 또 하나의 아쉬운 부분을 상쇄시켜 주지 않았나 한다.
로봇 전투신에 대해서 정교하고 섬세한 전투신보단 전투신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배경에서 그저 치고받고 때리는 투박함만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반응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본 작은 최근의 건담 시리즈나 마크로스 시리즈처럼 속도감 있고 종교한 전투신보단 70~80년대의 중량감 있는 로봇물과 압도적인 괴수의 힘에 눌린 재난 분위기의 괴수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퍼시픽 림>은 일부러 바다라는 무대를 선택한 것은 인류가 예로부터 바다로부터 느낀 압도되는 공포와 함께, 광활한 바다를 무대로 해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직접 몸으로 가르며 전진하는 카이주와 로봇의 거대함과 중량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이다.
해외에서 <퍼시픽 림>을 <클로버필드와> 엮이고 있다. 공식적으로 두 영화는 별개의 영화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클로버 필드가 마치 이 영화의 프리퀄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클로버 필드를 비공식 퍼시픽 림의 프리퀄 영화로 지칭하기도 했다. 로봇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는 좋은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가 궁금하다면 넷플릭스 및 왓챠 플레이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이상으로 영화 <퍼시픽 림>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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