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궐
Rampant
개봉일: 2018.10.25
장르: 액션
러닝타임: 121분
감독: 김성훈
출연배우: 현빈, 장동건, 조우진, 정만식, 이선빈, 김의성, 조달환, 서지혜, 한지은, 최규리 등등
줄거리
밤에만 활동하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은 도처에 창궐한 야귀떼에 맞서 싸우는 최고의 무관 박종사관 일행을 만나게 되고, 야귀떼를 소탕하는 그들의 의도치 않게 함께하게 된다. 한편,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 악 김자준은 이 세상을 뒤엎기 위한 마지막 계획을 감행하는데...
영화 <창궐>은 동명의 웹툰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은 영화 <공조>가 크게 흥행에 성공했던 감독이다. <공조>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현빈이 다시 한번 등장한다. 그리고 특별출연이었던 소원세자 역에는 원래 김주혁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인해 김태우가 대신 맡았다.
청나라에서 살고 있던 중, 세상을 떠났다는 형님의 소식을 듣고 조선으로 돌아오게 되는 왕자 "이청"은 전쟁이 일어난 것처럼 황폐하고 사람이 없는 마을을 목격하게 된다. 길을 묻고 싶지만 거리에 사람이 없기에 그저 마을을 맴돌기만 하던 이청과 학수는 결국 저녁을 마을에서 저녁을 맞이하게 된다. 밤이 되자 야귀들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위기에 처한 이청과 학수는 야귀에 맞서 싸우는데, 그때 함께 야귀들을 물리치며, 박종사관과 덕희와 대길을 만나게 된다.
영화 <창궐>에 등장하는 야귀는 좀비다. 좀비의 역할을 하는 야귀에 대한 설정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영화 초반 야귀에 대한 설명을 인용하며 야귀가 되는데 촌각에서 반나절이란 편차가 존재하는데, 이 설정 또한 애매하다. 하여튼 영화에서 그렇게 설명했음에도 피가 심장으로 가기 전에 물린 부위를 잘라내면 감염을 막아낼 수 있단 설명을 첨가하는데, 이때부터 문제다. 이 설정은 양립할 수 없는데, 피가 순환하는데 반나절이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이다.
이렇다 보니 피가 심장으로 가면 바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라도 소용없을 텐데 영화는 그렇지 않다. 이렇게 설정한 부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며 후궁 조 씨는 열 시간이 지나서야 야귀가 되었고, 후궁 조 씨에게 물린 이조는 이틀이 돼서야 야귀가 된다. 영화 후반 김자준이 궁 안의 비밀 장소에 숨겨놓은 야귀가 김자준이 시 한 수 읽는 시간 동안 수백 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야귀로 감염시키는데, 감연 되는 것에 시간차가 존재하다는 설정을 납득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심하다.
그리고 분명 아귀들은 밤에만 움직인다고 영화에서 말했지만, 감염된 후궁 조 씨는 햇볕을 맞고서도 멀쩡했고, 마지막 악역 김자준은 좀비에 감염된 뒤 감염 부위를 절단하고 약방에서 노란색 가루를 상처에 바르고, 먹고 기존 야귀들보다 더 강함 야귀로 변한다.
영화 초반 치료가 가능한 가루가 있단 설명은 없었지만, 그 가구를 발랐단 이유로 강림 대군에게 칼을 맞고도 멀쩡히 움직이며 엄청난 완력을 소유한 좀비로 변하는 부분은 갑자기 이뤄졌다. 웹툰 <창궐>에서도 감염을 늦출 수 있는 약재의 존재를 언급하고 영화에서도 이청과 어의가 야귀로 감염되는 것을 막는데 차도가 있는 약재의 언급을 하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연출이 설정을 버렸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야귀로 인해 공포나 고립된 주인공으로 긴장감을 자아내는 부분은 느낄 수 없었고, 조선시대 배경으로 한 정치 암투극이 아닐까 싶은 작품이며, 좀비가 김자준의 역모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데서 공포 부분은 애매해졌다. 야귀보단 사람이 무섭단 것은 분명 클리셰인 부분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조건인 야귀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실패한 클리셰라 생각한다.
그래도 김성훈 감독의 전작인 <공조>에서 조연배우들의 액션도 잘 뽑아냈던 장점은 유지했기 때문에 개연성의 문제는 있지만 망작이라고 부를만한 영화는 아니다. 아귀들의 표정과 몸을 사리지 않는 몸짓 연기는 좋았으며, 영화계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 움직임의 영향 때문인지, 야귀 역할을 맡았던 모든 배우들이 스태프 롤에 이름에 사진까지 나왔다. 영화 내내 야귀 분장한 채로 나왔기에 신경 쓴 부분이 아닐까 싶다.
김의성과 서지혜의 연기력이 좋았지만, 흥행에 실패 + 전형적인 망작 취급을 받는 결말을 맞이하는데, 영화의 극적 전개가 <물괴>의 진행과 구성이 거의 똑같은, 살짝 건드리고 거의 비슷하다. 한국 사극 영화들의 전체적인 수준 저하가 일어나고 있는 거 아니냐는 평도 있었고, 한국 영화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특유의 문제점인 억지 신파 코드도 여전했고, 주인공 일행 중 한 명이 죽거나 물리면 그 즉시 분위기가 슬퍼지고 등장인물들이 눈물을 흘리는데, 그 장면만 슬로모션을 한 것처럼 너무 질질 끈다.
그리고 앞서 보았듯이 야귀 감염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보니, 초반 야귀로 변한 사람들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후반부에선 몇 초안에 야귀가 되는 부분은 납득할 수 없는 전개로 흘러가다 보니, 영화 제작진들이 좀비물 뿐만이 아닌 감염 재난 영화에 대해 이해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게 했다.
영화 <창궐>을 이끌어 나가는 이청과 메인 빌런 만악의 근원인 김자준 캐릭터도 의문을 자아내게 하고 있는데, 이 두 명은 영화의 장르를 좀비물이나, 정치물로 보면 캐릭터성이 좋지 못하다. 현빈과 장동건 배우들은 분명 좋은 배우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 영화 내에서 대 배우가 남긴 것은 외모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김자준이 어떤 명분으로 왕조를 뒤엎을 역모를 획책하는 것도 시대상의 배경을 보면 어폐가 많거나 극 중 김자준의 행보가 악역의 포스를 뿜어낼만한 치밀한 계획에 의해 세워졌다기보단 우연의 일치에 대한 의존도와 극의 자체적으로 이루어진 설정 파괴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고, 김자준 개인이 지닌 목적성이 단순히 왕이 되고 싶기 때문이란 이유만을 내세우기에 불과 조선 시대까지도 정통성과 명분이 중시되는 사회였음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야귀를 풀어 왕조를 무너뜨리겠단 계획은 결국 왕조를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 조선이 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에도 이를 간과하는듯한 태도였고,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의 주인이 되겠단 목적보단 다 같이 죽어버리자란 성향의 목적이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 소재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야귀의 존재들에 눈길이 갔지만, 설정 오류로 인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좀비 액션이란 흥미로운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고, 그 이유는 아무래도 <부산행>에서 보았던 것처럼 야귀를 연기했던 보조 출연자분들의 활약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현란하고 화려한 칼 솜씨와 좀비 액션만큼은 영화 <창궐>의 포인트라 말할 수 있는 만큼 분명 돋보이는 장면들이다.
영화 <창궐>은 액션만큼은 인상적이었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단순 좀비에 가까운 야귀의 비주얼과 그로 인해 그려지는 액션들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창궐>은
"왓챠" 및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이상으로 영화 <창궐>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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