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The Man From Nowhere
개봉일: 2010.08.04
장르: 액션, 드라마
러닝타임: 119분
감독: 이정범
출연배우: 원빈, 김새론, 김태훈, 김희원, 김성오, 이종필, 타나용 웡트라쿨, 곽도원, 이재원, 등등
줄거리
단 하나뿐인 친구는 그를 아저씨라 불렀다.
아픔을 겪고 세상을 등진 채 전당포를 꾸려가며 외롭게 살아가는 전직 특수요원 태식.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러 오는 사람들과 옆집 소녀 소미뿐이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소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태식과 소미는 서로 마음을 열며 친구가 되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소미 엄마가 범죄사건에 연루되면서 같이 납치되고 만 것이다.
소미를 찾아도 너희는 죽는다.
소미의 행방을 쫓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태식. 단 하나뿐인 친구인 소미를 위험에서 지켜내기 위해 범죄조직과 모종의 거래를 하지만 소미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고, 경찰이 태식을 뒤쫓기 시작하면서 태식은 범죄조직과 경찰 양 쪽의 추격을 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베일에 싸여 있던 태식의 비밀스러운 과거도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영화 <아저씨>는 원빈의 첫 단독 주연 작품이다. 영화를 연출한 이정범 감독은 <우는 남자>, <악질 경찰>등을 연출했다. 이 영화는 국내외로도 호불호가 있는 영화지만,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플롯이 진부하고, 개연성이 살짝 아쉬우며, 작위적인 대사가 있다. 그럼에도 그 부분을 매워주는 게 화려한 액션과 설명에 의존하지 않는 감정 전달 방식과 캐릭터들을 살려낸 연기력 등 좋은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영화 <아저씨>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답게 잔인한 설정과 영상이 많다. 대체적으로 웰메이드 상업영화라는 평이 많으며, 특히 액션에서는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을 만큼 스타일리시하게 잘 살려냈다. 그리고 범죄 집단에 대한 묘사가 충실했으며 액션 이외에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언제 원빈의 다른 영화를 볼 수 있는지다.
원빈은 <아저씨> 이후 현제까지도 단 한 편의 작품도 출연하지 않았다. 상대 아역 배우였던 김새론은 원빈이 이 영화 이후의 공백기를 가질 동안 영화 및 드라마 포함해 18편을 출연했지만, 원빈의 모습은 광고에서밖에 볼 수 없었다. 신작 소식이 전혀 없는 원빈의 차기작은 어떤 것이 될지...
<아저씨> 같은 경우 킬러와 소녀의 교감이라는 점을 보면 <맨 온 파이어>, <레옹>을 연상시킨다. 하필 건드려도 위험한 사람의 지인을 건드려서 몰살당한다는 점에서는 <테이큰>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액션적인 부분들은 <본드> 시리즈를 참고한 듯이 보였다. 전체적인 플롯은 유사할지 몰라도 <테이큰>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주연배우 원빈의 열연에 못지않게 조연배우들의 활약도 빛났던 작품인데, 그중 람로완이란 베트남 출신 킬러는 조직 두목 형제와는 다른 의미로 막강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실력도 없이 입만 터는 지질한 다른 악역들과는 다르게, 대사가 적고 분량에 반비례하는 카리스마와 차태식과 대등한 실력을 가졌다.
시청자들로부터 원빈 못지않게 인기를 얻은 인물이다. 다만 영화 속 그의 목소리는 더빙된 목소리이며, 그의 실제 목소리는 생김새와는 다르게 앵앵거리는 편이다. 시사회 무대 인사에서 태국어로 인사했는데 영화에서 나온 목소리 나와 다르다 보니 관객들이 놀랐다고 했었다. 그렇다 보니 더빙을 맡긴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메인 악역의 만석 역을 맡은 김희원은 연쇄살인마가 평범한 소시민 모습을 하고 있으면 더 무서울 것이란 생각에 평범한 사람처럼 연기했다고 했다. 그리고 잔인한 모습 대신 일반 사람과 비슷하단 장치가 하나쯤 있었으면 한다고 감독에게 이야기해 아끼는 동생 설정을 추가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종석 역을 맡은 김성오가 캐스팅되었다.
영화 <아저씨>의 최고의 액션 장면은 터키탕 결투다. 이 장면을 위해 박정률 무술감독은 사전에 짜인 합의 없이 17대 1로 싸우는 체험을 했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못 봤다면 꼭 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중반 추격 장면에서 원빈이 2층에서 창문을 깨고 뛰어내리는 장면에서 카메라 감독도 원빈의 뒤를 쪼아 실제로 뛰어내려 촬영했다고 한다.
IGN에서 아시아 영화의 대단한 격투 장면 20이란 기사에서 15위로 등재되기도 했는데, 무술가들과 나이프 파이팅에 소질 있는 사람들이 "쾌 한다"라고 평가할 정도의 수준 높은 나이프 파이팅 격투 장면이 들어간 영화이며, 외국에서도 이런 액션 부분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의 액션은 후반부로 갈수록 과격해지고, 첫 싸움 장면은 유리창이 깨지는 정도만 보여주며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중반에서부터 경찰서 CCTV로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하이라이트 17:1 격투신에서는 1인칭 장면까지 넣어줌으로 더 몰입감 있게 제작했다. 이는 감독이 의도하여 이런 식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원빈의 머리 깎는 장면은 초기 시나리오에도 있던 의미 없던 장면이었다. 배우의 명성을 이용한 팬 서비스 장면도 아니었다. 하지만 원빈이 캐스팅되고 현장에서 해당 연기를 하던 원빈을 보고 촬영감독이 감탄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감독도 해당 장면이 크게 흥하겠구나를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작중 유희왕 카드로 보이는 다크 나이트란 카드가 등장하는데, 중국산 가짜다. 건네면서 하는 대사가 뭐든 다 이기는 카드. 영국의 고전 소설 아이반호의 나오는 인물 흑기사를 표현한 것인데, 강하고 어둠 속에 살지만, 사실 여성에게는 친절하며, 여성이 위험하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구해주고 사라지는 캐릭터. 후반 차태식을 암시한 것이고, 다르게 생각하면 악을 악으로 처단하는 다크 히어로를 뜻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여튼, 영화 <아저씨>는 인물 설정이나 스토리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기존의 영화들과 흡사하다. 식상하다고 생각하고 보면 식상할 수 있겠지만, 끝까지 영화를 시청할 동안 몰입할 수 있는 매력은 충분했다. 약간의 아쉬운 이야기 전개 속에서도 액션 영화로써는 큰 성공을 거뒀고, 원빈의 액션은 아쉬움을 달래주는 무기도 작용했다.
당시만 해도, 좀처럼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장면이 만들어졌고, 만족스러운 액션에 비해서 감성적인 부분은 아쉬웠다. 무엇 때문에 소미를 구하려는지의 이유를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작중 이유?라고 볼 수도 있는 장면이 나오지만 그 이유만으로는 부족했다. 조금 더 소미와 태식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그럼에도 레옹만큼 감성적이면서도 더 강렬했던 영화 <아저씨>는 어릴 적에는 그저 액션이 화려하고 좋다고 생각하고 시청했다면, 10년이 지난 지금은 전혀 다른 감정선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