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던 리치: 소멸의 땅
Annihilation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018.03.12
장르: 스릴러, SF
러닝타임: 115분
감독: 알렉스 가랜드
출연배우: 나탈리 포트만, 오스카 아이삭, 제니퍼 제이슨 리, 테사 톰슨, 지나 로드리게스, 튜바 노보트니, 베네딕트 웡, 미즈노 소노야, 데이빗 기야시, 존 슈왑, 새미 헤이맨 등등
줄거리
의문의 격리 구역 "쉬머" 한 번 들어가면 아무도 살아 나오지 못한다는 그곳에 일급 기밀 임무를 떠난 남편 "케인"이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된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온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밝히기 위해 생물학자 겸 전직 군인이었던 아내 "레나"가 5인의 탐사대를 꾸려 진입한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나날이 그 영역을 확장하는 "쉬머" 그 위험한 세상으로 들어간 "레나"와 탐사대원들은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은 제프 밴더 미어의 동명 SF 소설을 원작이며, 영화 <엑스 마키나>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고, 이번 영화는 SF 호러 작품이다. 그리고 "서던 리치"는 삼부작 소설인 "소멸의 땅", "경계 기관", "빛의 세계" 중 첫 번째 작품인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을 영화화했고, 원 제목에서 "서던 리치"란 말이 빠졌듯이, 감독이 3부작으로 후속작을 의도하지 않고 독립적인 단독 영화로 제작했다.
쉬머를 다녀온 리나는
격리조치받은 상태로
취조당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비밀작전에 나선 남편 케인이
실종된 이후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리나.
1년 뒤 케인이 갑자기 돌아왔지만
리나의 질문에도 어떻게 돌아왔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은 남편을 살리기 위해 리나가 "쉬머"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탐사를 꾸려 쉬머 속으로 들어간 후 텐트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만 날짜 감각과 기억을 잃어버리는 등의 경험을 하게 되고, 리나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기억을 상기하는 등 소모한 식량의 양을 보면 3, 4일을 야영했음에도 팀원 5명 모두 그동안의 기억이 없다.
그리고 기형적으로 변한 다양한 동식물들을 발견하고 식물과 동물이 결합한 듯한 모습의 동물들이나 사람 시체가 많이 등장한다. 거기에 공존할 수 없는 두 동물종의 특징을 지닌 기괴한 동물들도 등장한다.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은 우주에서 온 색체에서 영향을 받은 설정으로 스토리 전개상 불가해한 존재를 다루다 보니 떡밥은 던지지만 회수하지 않다 보니 난해한 부분들이 있다.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전작 <엑스 마키나>에서 특출 난 시각효과를 보여준 그는 영상화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훌륭하게 표현했고 영화의 연출이나 배우들의 연기 및 음악들도 기본적인 완성도는 매우 뛰어난 편이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장면들이 생각보다 흥미진진했다.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은 매우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은데, 생각보다 평균적으로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서던 리치: 소멸의 땅>
해석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는 생물이 가진 복제와 자멸의 본능 및 불멸인데, 리나는 우리의 세포가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또는 악성 종양, 암은 우리의 세포가 변형되어 마구 복제되고 죽지 않게 되어 자신을 죽이게 되는 병이고, 주인공 리나가 암 병리학 자이며 벤트리스가 암을 앓고 있는 등 영화에서 암에 관련된 요소가 계속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벤트리스는 우리가 스스로 파괴하는 자멸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리나는 외도를 하여 행복한 결혼 생활을 파멸시켰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리나를 제외한 4명은 상황이 더 심각해 쉬머 밖에서 살아갈 이유를 상실한 사람들이었다. 그렇다 보니 파멸적인 임무에 자원하여 쉬머 안에서 남게 된다.
쉬머는 외계에서 온 알 수 없는 무언가 인데, 리나의 말에 의하면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고, 지구가 거대한 생물이라면, 쉬머는 지구에 생긴 악성 종양처럼 보이기도 하다. 일종의 빛을 굴절시키는 프리즘처럼, 생물의 DNA를 변형시키고 서로 다른 종을 융합시켜 다른 무엇으로 만들어버린다. 지구의 환경에 맞춰 있던 것을 다르게 바꿔버려 꾸준히 잠식해나가고, 곰에게 살해당한 두 명을 제외하면 다른 두 명은 죽어버렸다기보단 다르게 변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어서, 쉬머는 생물의 기억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쉬머 안에 등장하던 어떤 집은 리나와 케인의 집을 따라한 장소다. 케인은 복제된 케인에게 리나를 찾으라고 말만 했을 뿐 복제된 케인은 리나를 찾아온다. 복제된 리나는 케인의 시체를 보면서 쓰다듬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결말에서 리나가 여전히 케인의 정체에 의구심을 가진 점과 리나가 보지 못한 복제 리나의 최후가 묘사된 점은 기지로 돌아온 리나는 복제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이미 변이 되었음을 계속 암시하고 있는데, 복제 케인처럼 물컵의 물이 리나의 상을 반대로 굴절시켜 반사하거나, 쉬머 탐사 이후 생긴 리나의 멍자국이 케인의 탐사대원이 가지고 있던 것처럼 뫼비우스 띠의 모양의 문신이 있는 걸 보면 리나도 변형된 것처럼 보인다.
뫼비우스 띠 문신은 꼬리를 물고 있는 뱀 우로보로스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 작중 생물의 결함으로 노화로 인한 죽음을 언급하고 있고, 변형된 리나는 그것이 해결된, 죽지 않는 존재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암이 영화 내에 계속 등장하고 있다고 했는데, 암세포는 노화하지 않는다. 이렇다는 것은 죽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복제된 케인과 변형된 리나는 더 이상 상대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 않고, 상대의 정체성에 신경 쓰지도 않는 듯하다. 쉬머가 이들을 변형시켜 이들의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해준 것인데, 암처럼 다른 존재들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복제된 케인은 앞에 마주한 상대가 변형된 케인이 지시한 리나임을 확인하자 변형된 리나를 포옹한다.
복제된 케인과 변형된 리나가 포옹하면서 뭔가에 결합이 일어났고 그 결과 둘 다 눈이 이상하게 일렁이며 영화가 끝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이 전이된 암처럼, 벤트리스가 쉬머에 대해 말했던 것처럼, 모든 것을 뒤덮을 시작점이 될지, 이들만이 변이 된 채 끝날지는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의 분위기는 무거운 편이다. 리나와 케인 부부가 행복한 한 때를 회상하는 장면과 대원들이 처음 만나는 짧은 두 장면을 빼면 영화 전체 스토리가 웃기거나 즐겁게 대화하는 장면이 전혀 없고, 몽환적이고 장중한 배경음악은 분위기를 한층 더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은 배경이 현대임에도 대원들의 총이 기본적인 광학 조준 장비조차 없이 기계식 조준기만 달린 M4A1카빈인데, 쉬머 내에서는 전자장비가 작동 불능이기에 대부분의 광학 장비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보급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지만 야간 투시경을 사용하는 모습이 나오다 보니 설정 자체가 일관적이지 못하다. 거기에 특수부대 소속이었던 케인에게도 아무런 부착물 없는 M16 소총이 주어진 걸 보면, 7년간의 직업 군인 경력이 있는 리나에게도 마찬가지로 맥풀제 총열 덮개와 탄창, 개머리판 등으로 보강되긴 하였지만 전자 광학 장비가 없는 소총만이 주어졌다.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에서 가장 기괴했던 장면은 셰퍼드의 죽음 이후다. 돌아가며 보초를 서던 중, 갑작스러운 곰의 등장으로 모두 긴장하고, 순식간에 셰퍼드를 물어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다음날 잘린 발을 발견하고 주변에 셰퍼드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수색하지만 리나가 마주한 셰퍼드는 죽어있었다. 이후 리나의 남편이 유일한 생존자 케인이자 동료의 배를 갈랐던 인물임을 알고 애니아는 모두를 묶고 추궁하는데, 도와달라는 셰퍼드의 목소리에 달려 나가게 된다. 그녀를 데려간 곰의 울음소리임 모두 기겁하는 장면이다.
영화의 엔딩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엔딩이다. 이후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은 없다면 거짓말인데, 후속 편이 나온다면 이후 어떤 이야기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궁금하다. 생각 없이 시청했던 영화임에도 나름 괜찮았다.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은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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